1,200마력의 스피드
영국 귀족들이 즐겨 탄다는 벤틀리. 오늘은 610마력 엔진을 얹어 ‘스피드’라는 작위를 받은 컨티넨탈 플라잉스퍼와 컨티넨탈 GTC를 만났다. 스피드는 벤틀리의 모터스포츠 역사를 상징하는 말로, 1920년대 경주차 ‘스피드’의 명성을 현대의 컨티넨탈에 되살렸다 
4도어 세단과 2도어 컨버터블 벤틀리가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에 도착했다. 4도어 세단은 근엄한 분위기의 플라잉스퍼, 2도어 컨버터블은 톱이 열리는 컨버터블 GTC. 게다가 벤틀리 라인업 중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610마력짜리 엔진을 얹은 ‘스피드’(Speed) 버전이다. 두 대의 최고출력을 합치면 자그마치 1,200마리의 말이 끄는 힘이다. 이 정도 힘은 수퍼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이번에는 3명의 디자이너로부터 디자인 이야기를 듣고, 유로 F3 출신 이동욱 씨와 디자이너 중 F3에 참가한 특이한 경력을 지닌 조남혁 씨가 김양현 차장을 대신해 성능을 평가하기로 했다. 간간이 더블 테스트에 참가해 경험을 쌓던 자동차 디자이너 지망생 최윤진 씨도 젊고 새로운 시각으로 벤틀리의 안팎을 평가했다.
DESIGN
Noblesse Oblige 두 모델은 젊다. 으레 럭셔리카에 붙어야할 별다른 장식을 쓰지 않아 단정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린 최고급 차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기자 610마력짜리 세단과 컨버터블이 마음 놓고 달릴 곳을 찾기란 쉽지 않죠. 고민 끝에 이번에는 영종도에서 로드테스트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롤스로이스, 마이바흐와 함께 세계 3대 최고급차로 손꼽히는 벤틀리입니다. 2002년 폭스바겐 산하에서 첫 모델인 컨티넨탈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죠. 컨티넨탈의 디자인 아이텐티티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진규 예전의 벤틀리가 클래식한 디자인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컨티넨탈은 좀 더 현대화되어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컨티넨탈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지요. 컨티넨탈은 상당히 볼륨을 가진 디자인입니다. 벤틀리를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시킨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조남엽 캐딜락이 뉴 에지 디자인을 쓰면서 젊어졌잖아요. 벤틀리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컨티넨탈은 벤틀리의 대중화를 일궈냈죠. 벤틀리 매니아들은 아이덴티티가 희석됐다고 불평할 수 있어요.
최윤진 벤틀리의 아이덴티티는 ‘세라믹’(Ceramic) 같아요. 단단하고 미끈한 도자기죠. 작은 파팅과 몰딩의 사용을 억제하면서도 극한의 럭셔리 디자인을 이끌어 냈습니다. 요즘 대형차들은 크롬몰딩과 자잘한 디테일들이 난무하는데 벤틀리 디자인은 할 줄 아는 재벌가처럼 보여요.
기자 컨티넨탈 플라잉스퍼 스피드와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모두 폭스바겐 그룹의 대형차 플랫폼인 D1을 베이스로 탄생했습니다. 아우디 A8, 폭스바겐 페이톤 역시 D1 플랫폼을 쓰지요. 폭스바겐 페이톤의 휠베이스(기본형 2,881mm, 롱 버전 3,001mm)와 아우디 A8 휠베이스(기본형 2,944mm, 롱 버전 3,074mm)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플라잉스퍼의 휠베이스(3,065mm)와 GTC의 휠베이스(2,745mm)도 차의 성격에 따라 또 차이가 납니다. 두 차의 프로포션과 패키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조남엽 벤틀리 컨티넨탈은 폭스바겐 그룹의 대형차 플랫폼인 D1을 베이스로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특성에 맞게 패키지가 설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잉스퍼는 수치상으로 알 수 있듯이 폭스바겐 페이톤보다 아우디 A8에 가깝지요. 물론 아우디 A8 기본형보다 휠베이스가 길어요. 뒷좌석 실내공간이 더 넓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GTC는 컨티넨탈 GT와 같은 휠베이스지만 전체 길이는 컨티넨탈 GT보다 4mm가 짧아요. 플라잉스퍼는 브룩랜즈, 아나지, 아주르보다 길이가 짧고 휠베이스도 61mm 짧습니다. 뿐만 아니라 높이도 아나지보다 40mm 낮아요. 차체는 조금 낮아졌지만 벨트라인은 더 올라갔지요. 즉 다른 모델보다 더 콤팩트한 크기입니다. 하지만 보닛과 리어 오버행을 많이 줄여 엔진과 트렁크공간, 특히 뒷자리공간을 더 확보했습니다. 컨티넨탈 GT부터 시작된 새로운 모델들은 좀 더 콤팩트한 사이즈로 안정성과 안락함을 추구하면서도 운동성을 강조했어요.

정진규 콤팩트함을 기본으로 하되, 플라잉스퍼는 뒷자리공간 위주의 안락함을, 컨티넨탈 GT와 GTC는 운동성을, 그 중 GTC는 최고의 운동성에 치중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윤진 일단 GTC는 캐릭터라인이 두 개로 나뉘어져서 역동성을 강조한 듯 보이고, 플라잉스퍼는 하나의 캐릭터라인이 길게 쭉 뻗어 있어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특징을 보이는 부분은 뒷부분 실루엣이에요. 플라잉스퍼는 비교적 평범한 세단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GT는 은근히 특이한 프로포션을 보이고 있습니다. 컨티넬탈 모델들의 트렁크 리드 높이는 모두 같다고 볼 수 있지만 GT 쿠페는 포르쉐처럼 밑으로 쭉 내려가는 듯 느껴집니다. 실제 높이가 높더라도 루프를 타고 떨어지는 라인의 흐름이 밑으로 깔린 느낌이에요.
조남엽 정통 스포츠카를 만들던 포르쉐가 SUV 카이엔을 선보였고 얼마 전 상하이모터쇼에서 4도어 쿠페인 파나메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기본 플랫폼을 활용해 어떠한 패키지의 모델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한 플랫폼을 디자인이 다른 여러 차에서 공유한다거나 늘이고 줄여서 또 다른 자동차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지요.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마케팅과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기자 폭스바겐이 선보이는 컨티넨탈은 예전 벤틀리보다 많이 젊어졌어요. 그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조남엽 아시다시피 예전 벤틀리의 브랜드 이미지는 올드했습니다. 부유하고 나이 많은 50~60대 사람들이 타는 차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벤틀리는 컨티넨탈을 계기로 젊은 소비자를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웠습니다. 세대가 바뀌면 문화와 기호도 자연스레 바뀝니다. 타깃층이 가지고 싶어 하는 차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컨티넨탈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기호에 맞게 체질을 개선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정진규 그래도 GT 시리즈와 플라잉스퍼의 차이점은 확실히 표현했어요. 프론트 디자인이 거의 같지만 휠베이스와 컬러 패키지의 차별화로도 두 차의 느낌이 확실히 다르죠.

기자 610마력을 뿜어내는 스피드 버전은 앞 범퍼에도 커다란 메시타입 그릴을 썼습니다. 메르세데스 AMG, BMW M, 아우디 R라인 등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나요?
정진규 그릴 전체가 크롬 장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굳이 꼽자면 AMG나 M 등은 각자의 노멀 버전과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추구해 새로운 그룹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벤틀리 컨티넨탈 스피드는 큰 차이가 없어요.
최윤진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버전은 기본 모델과 차별을 두기 위해 그릴이나 범퍼를 약간씩 수정하는 방식을 씁니다. 그릴의 면적을 확대하거나 디테일을 단순화시킨다든지, 안개등이나 에어벤트 등에 메시타입을 쓰죠. 하지만 벤틀리는 기본 모델의 얼굴 자체에 이 모든 것이 스며 있어요. 즉 벤틀리는 기본 모델 자체가 고성능 버전의 디테일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자세히 보면 안개등은 찾아보기 어렵고, 사이드 시그널 램프나 사이드 몰딩도 생략되었습니다. 벤틀리 디자인의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메시타입 재질이 없다면 동향인 재규어와 엇비슷할 정도에요. 결국 벤틀리는 태생부터 고성능 버전을 표방하는 디테일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기자 두 차의 A필러에 쿼터글라스가 있어요. 예전 미국차와 MPV를 포함한 캡포워드 디자인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굳이 컨티넨탈에 이런 디자인을 쓴 이유가 무엇일까요?
조남엽 지적한 것처럼 컨티넨탈은 넓은 실내공간을 얻기 위해 캡포워드 디자인을 썼습니다. A필러가 앞으로 가다보니 비전앵글의 확보를 위해 쿼터글라스를 사용한 것 같군요.
최윤진 쉽게 눈에 띄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특이한 디테일입니다. 벤틀리의 클래식한 부분을 조금 강조한 것 같기도 합니다.

기자 인테리어는 어떤가요? 보통차에서 볼 수 없는 호화로운 장식이 돋보이는데요. 그러나 보고 있노라면 고급스러운 폭스바겐(아우디)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가령 폭스바겐 페이톤에 크롬과 가죽, 우드 트림을 덧댄 느낌이랄까.
정진규 가죽과 우드트림은 비싼 소재를 썼습니다. 하지만 소재에서 느껴지는 실질적인 느낌은 조금 아쉽네요. 수작업으로 마무리된 실내는 손맛이 느껴지지만 품질은 기대보다 떨어집니다.
최윤진 솔직히 실내 디자인에 실망했습니다. 재질과 마감은 최고수준이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의 조형적 의미와 흐름에서 큰 감흥이 없어요. 실내에 들어섰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보면 특별함이 없어요. 어떤 형태를 모티브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어떤 느낌을 살리기 위한 독특한 선을 찾기가 힘들어요. 디자인으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보다는 브라이틀링 시계와 나임 오디오 등 최고급 제품들을 툭툭 꽂아 넣은 느낌이 강해요.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비해 인테리어 디자인의 요소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호사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참았던 욕망을 터뜨린 느낌이랄까요? 레버, 버튼, 트림 등을 이루는 다양한 재질들이 고객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기자 이태리 장인들은 가죽을, 영국 장인들은 나무를 잘 만진다고 합니다. 두 벤틀리의 내장재 마감은 어땠나요?
정진규 플라잉스퍼와 GTC에 사용된 가죽과 우드트림의 컬러 매칭은 좋습니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가죽의 마감, 가죽과 우드트림의 단차는 조립완성도를 떨어트립니다. 적어도 3억원에 달하는 벤틀리에서는요(웃음).
최윤진 가죽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기계적 부분들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통가죽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죠. 특히 GTC의 뒷자리를 감싸고 있는 부분(소프트톱)의 통가죽 조각들은 단단하고 잘 짜여 있어 고급스러움이 한껏 묻어납니다. 
기자 다이아몬드 퀼팅 가죽을 쓴 시트는 고급스럽다 못해 호사스럽네요. 오르내릴 때 옷에 긁히거나 때가 묻을까봐 신경 쓰입니다. 역시 영국인들은 가죽을 잘 다루네요(웃음).
기자 컨버터블인 GTC에 하드톱을 안 쓰고 스프트톱을 쓴 이유가 있을까요? 얼마 전 나온 페라리 캘리포니아마저도 하드톱을 썼는데.
정진규 가장 큰 이유는 보수적인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드톱이 좀 더 실용적이고 요즘의 추세이긴 하지만, 소프트톱의 감성은 아무리 잘 만든 하드톱이라도 쉽게 살릴 수 없어요.
최윤진 하드톱과 소프트톱 컨버터블을 비교한다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로 판가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컨티넨탈은 GT와 같은 쿠페가 먼저 존재했고 또한 GT가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굳이 쿠페와 비슷한 모양의 하드톱 컨버터블을 만들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요? 대부분의 하드톱 컨버터블을 보면 형태가 어색해요. 푸조 컨버터블과 폭스바겐의 EOS, 렉서스 IS 컨버터블 등이 그렇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컨티넨탈 쿠페의 C필러부터 트렁크, 범퍼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은 하드톱으로 구현해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벤틀리 브랜드 특성상 딱딱해 보이는 하드톱보다는 자연적 재질의 느낌이 강한 소프트톱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두 벤틀리는 이름 끝에 스피드가 붙는 스페셜 버전입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 스포츠 페달과 기어 노브 등 곳곳에 스포티한 모습을 담았는데, 궁극의 럭셔리와 스포츠의 결합이 이런 것일까요?
최윤진 단순히 ‘럭셔리+스포츠’를 추구하기보다는 벤틀리에 스피드의 정신을 더했지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같이 럭셔리 스포츠로 과시를 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멋을 지니고 오히려 다른 운전자들을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명차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벤틀리가 지닌 럭셔리와 스포티한 멋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표방한다고 봅니다. 충분히 멋진 겉모습과 함께 벤틀리 특유의 절제미는 다른 운전자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해요.
특히 눈이 부신 LED의 남발이나 난반사가 심한 크롬, 사치스러운 조각 같은 엠블럼이 없어요. 즉 겉으로 보이는 요소들은 과시용이 아닌 순수한 목적을 지닌 필수요소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차 안에 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초호화 요소들로 오너들을 만족시키고 있죠. 지나치게 과시하지 않고 내면의 멋을 지닌 차. 그 내면의 멋으로 오너를 차별화시켜주는 벤틀리는 럭셔리와 스포티를 동시에 지닌 점잖은 재벌가 같습니다.
PERFORMANCE
W12 Twin Turbocharger 폭스바겐의 지원을 받은 W12 엔진은 더욱 정교해졌다. 게다가 스스로 2.5톤의 무게를 손쉽게 다루는 법을 익혔다. 
기자 두 대의 벤틀리 스피드는 4도어 세단과 2도어 컨버터블입니다. 같은 엔진이지만 차체 크기가 다르고 게다가 GTC 스피드는 컨버터블이어서 운동성능이 충분히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플라잉스퍼 스피드와 GTC 스피드는 최고속도와 가속성능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운동성능은 완전히 달랐어요. GTC 스피드는 플라잉스퍼 스피드보다 스티어링 반응이 더 빨랐습니다. 이것은 차의 무게중심과 휠베이스에서 오는 차이 같아요. 게다가 컨버터블이라는 심리적인 요소도 더해졌겠죠.
조남엽 가속력, 제동력 등은 큰 차이가 없었어요. 단지 휠베이스 차이에서 오는 운동성의 차이는 있어요. 휠베이스가 짧은 GTC 스피드가 코너링에서 민첩한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기자 GTC 스피드는 오픈 톱 중 가장 높은 출력을 자랑합니다(네바퀴굴림에 터보차저가 무려 4개나 달린 1,001마력의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스포트가 있지만 비교대상에서 제외). 굳이 경쟁자를 찾으라면 롤스로이스 팬텀 드롭헤드 쿠페, 애스턴마틴 DBS 볼란테 정도지요. 팬텀 드롭헤드는 컨티넨탈보다는 아나지의 컨버터블판 아주르와 어울릴 법하고요. 다시 말하면 GTC 스피드의 경쟁차는 특별히 없네요. 그래서 더욱 존재감이 큽니다.
조남엽 현재로선 DBS 볼란테가 GTC 스피드의 경쟁 모델이에요. 차이점은 애스턴마틴 DBS는 V12 6.0L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고 좀 더 스포티한 성능을 자랑하죠.
이동욱 출력으로 따지면 GTC 스피드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자동차는 단지 출력만 높다고 잘 달리는 것이 아니잖아요. 같은 출력이라도 무게가 덜 나가는 차가 빠르고 기어비와 서스펜션, 휠의 종류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에요. 당연하지만 정해진 트랙을 달릴 때는 출력이 높은 차보다 힘은 조금 떨어져도 서스펜션과 기어비, 휠과 타이어의 밸런스가 좋은 차의 코스 기록이 더 좋습니다. GTC로 레이스를 하기에는 차값이 부담스럽죠.(웃음)
기자 벤틀리는 그야말로 육중한 덩치를 지녔습니다. 400톤에 이르는 보잉 747 점보기가 시속 300km 정도에서 이륙을 시작하는데, 벤틀리는 2.5톤이 조금 넘는 무게로 시속 322km에 쉽게 도달합니다. 엄청난 속도입니다.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처럼 눈길을 끄는 에어로파츠가 없는데도 초고속에서 안정적으로 달립니다. 고속에서 다운포스를 일으키는 비결이 있을까요?
이동욱 두 차의 고속 직진 안정성과 정숙성은 매우 훌륭합니다. 하지만 다운포스를 갖고 논할 필요는 없어요. 우선 다운포스는 직진에서도 중요하지만 코너링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육중한 벤틀리로 시속 300km로 달리다 코너에 진입한다면 다운포스도 중요하지만 무게로 인한 관성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다운포스를 논하기보다는 에어로다이내믹 차체로 공기저항을 줄인 점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고속주행 때 풍절음이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조남엽 동감합니다.
기자 W12에 트윈터보를 더해 610마력의 엄청난 출력을 내뿜습니다. 터보랙도 없을 것 같고, 게다가 네바퀴굴림 방식으로 출력을 골고루 노면에 전달합니다. 주행성능은 어땠나요? 특히 GTC 스피드는 톱을 열고 시속 314km까지 내달릴 수 있는데.
조남엽 W12가 내뿜는 610마력의 파워는 파괴력이 넘쳤어요. 이 덕에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부드럽게 가속됩니다. 아쉽게도 리미트가 걸려 있어서 시속 280km까지밖에 달리진 못했지만, 짧은 순간에도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가속성능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톱을 오픈한 상태로 달렸지만 바람소리가 생각 외로 크지 않았어요. 고속주행 안정성이 그야말로 퍼펙트였습니다.
이동욱 GTC 스피드는 시속 280km로 속도제한을 해 놓았더라고요. 해제하고 달릴 수도 있었지만 시속 280km 정도면 충분하게 차를 느낄 수 있어요. 6.0L 배기량의 트윈터보를 달아 놓아 터보랙을 전혀 느낄 수 없었어요. 네바퀴굴림은 급가속 및 과격한 코너링에서 벗어날 때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고성능차는 눈이 내리면 타고 다닐 엄두를 못 내는데, 이 둘은 미끄러운 눈길에서도 거뜬히 탈 수 있겠는걸요(웃음).
기자 브레이크 성능은 어떻습니까. 610마력, 시속 320km를 넘는 차를 제어하려면 브레이크 성능이 아주 뛰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동욱 시속 200km에서 제동할 때는 매우 뛰어난 브레이크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부드럽고 정확한 제동력이 매력적인데,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의 무게에 따른 관성질량이 늘어나 제동력의 밸런스가 조금씩 흐트러집니다. 급제동 때 무게이동에 의한 노즈다운이 큰 것도 조금 아쉬워요. 물론 플라잉스퍼를 기준으로 삼을 때는 큰 문제가 안 되겠죠. 벤틀리가 워낙 잘 달려서 자꾸만 기준을 스포츠카로 가져가네요(웃음).
조남엽 빠른 속도로 달리다 급제동을 반복해 봤는데 브레이크 성능은 일상적으로 타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부드러우면서도 빨랐어요.
기자 컨티넨탈 플라잉스퍼 스피드와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610마력 W12 트윈터보를 엔진을 얹고 있어요. 지난번 포르쉐 복스터와 카이맨처럼 차체 강성의 차이가 있나요?
이동욱 차체의 강성을 느끼기에는 서스펜션이 너무 부드러워요. 일반적으로 같은 프레임을 쿠페와 컨버터블로 만들었을 경우 당연히 쿠페의 차체 강성이 좋습니다만 이번 GTC 스피드와 플라잉스퍼 스피드의 차체강성을 비교할 때는 느낌이 좀 달랐어요. 프레임이 다른 차라는 느낌까지 줍니다. 게다가 무게와 하체의 세팅도 달라요. 하지만 차체 강성이 높아 그 차이는 쉽게 느낄 수 없더군요.

기자 GTC 스피드의 강철 차체는 약 30Hz의 매우 견고한 비틀림 강성을 지녀, 차체 이음새에서 나는 스커틀 진동(Scuttle Shake)을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특히 저마찰 댐퍼를 써 2차 승차감을 높여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조남엽 차체강성이 매우 뛰어났어요. 과격한 코너링 때도 높은 차체강성 덕에 안정성이 좋았습니다. 진동 및 소음도 최고 수준입니다. 또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엄청난 필터링을 통해 억제되는 것이 일품이었습니다. 이는 곧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이어지죠. 코너링에서 롤링도 적었습니다.
이동욱 차체의 비틀림 강성과 진동은 매우 뛰어나요. 컨버터블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고속주행에서 중속 혹은 저속 코너링 진입 때 힘은 타이어에서 서스펜션, 다시 차체로 전해지는데 차체의 비틀림 및 진동이 운전자에게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요. 너무 쾌적해 차를 모는 재미가 없었다고나 할까. 사실 GTC 스피드는 너무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라 달리는 흥이 나지 않아요.
기자 컨티넨탈 플라잉스퍼 스피드와 컨티넨탈 GTC 스피드. 두 모델은 610마력에 이르는 막강 파워의 W12 트윈터보 엔진의 도움으로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모두 4.8초이고 최고시속은 무려 322km에 이릅니다. 실내는 원목과 최고급 가죽, 크롬 등 고급 소재를 잔뜩 써 호사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호화롭지요. 거기에 살짝 곁들여진 절제미는 오히려 이 차를 더욱 고급스럽게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실내 마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일반차에서 볼 수 없는 울트라 럭셔리 인테리어이지요. 달리기 성능은 직선에서는 두 차의 성능을 가늠하기 힘들지만 핸들링과 코너링에서는 휠베이스가 짧은 GTC가 좀 더 예리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자, 그럼 이번 더블 테스트의 최종 결과는 몇 대 몇? 4도어 세단으로 벤틀리 컨티넨탈 라인업의 기함인 플라잉스퍼 스피드는 종합점수 513점을 받았고, 컨티넨탈 GT를 베이스트 탄생한 럭셔리 컨버터블 GTC 스피드는 515점을 받았네요. 오늘 더블 테스트에서는 컨티넨탈 GTC 스피드가 근소한 차이로 플라잉스퍼 스피드를 앞질렀습니다.
Aftrer Double Test
이동욱 사실 차가 너무 편하고 좋아 흠잡을 데가 없어요. 그래서 시승 당일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더라고요.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고 W12 트윈터보 엔진에서 뿜어내는 파괴력도 넘쳤어요. 하지만 거칠지 않고 부드럽고 조용했습니다. 3억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에 싫증난 사람들이 타기에는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남혁 젊은층까지 아우르는 모던한 디자인은 벤틀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여태껏 이렇게 젊은 고객을 끌어온 적이 없었거든요. 벤틀리의 아이텐티티를 이어가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벤틀리는 컨티넨탈을 통해 이를 무리 없이 해결했습니다. 두 차 모두 가공할 만한 엔진을 얹었으면서도 부드럽고 안락해 벤틀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정진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벤틀리를 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조각품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쓰고 싶은 고급 소재를 다 써 가면서 차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죠. 하지만 너무 완벽한 것을 기대했는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인테리어 마감이 떨어졌고, 뒷좌석도 생각보다 안락하지 않았습니다.
최윤진 벤틀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최고급차임에도 곳곳에서 절제미가 돋보였어요.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차든 완벽할 순 없잖아요. 특히 컨티넨탈의 트원 캐릭터라인이 인상적이었어요. 앞바퀴 휠하우징을 타고 시작된 캐릭터라인이 쭉 뻗어가다가 슬며시 사라지죠. 그러다 리어 펜더 부근에서 다시 힘차게 부활해 긴장감을 줍니다. 이런 재미있는 요소가 벤틀리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네요.


글 홍석명 기자, 사진 포토그래퍼 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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